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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조로산/수위] 갈증

제 애인을 이 곳에 둔 것은 그의 욕심이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자의 권한은 자유롭다. 스펙이 높은 뿐더러 얼굴부터 잘나고 무슨 방면이던지 능력 있는 비서후보는 즐비해있었다. 그것보다 더 잘나 보이는 것이 제 애인이다. 제대로 콩깍지가 꼈나, 싶은 생각에도 어쩔 수 없잖아. 조용히 주위를 훑는 시선이 여유로웠다. 각자 할 일을 끝낸 사무실은 오랜만에 고요함을 되찾았다.

 

사장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 조로. 이제 퇴근하자고.”

 

상디. 그를 부르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았다. 돌아보자마자 그 위로 포개진 건 조로의 입술이었다. 그것을 밀어내는 손길이 무색하게 서로를 옭아매는 혀는 더 깊숙이 온정을 나누고 있었다.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다 그 부근을 핥아내었다. 도저히 애간장이 타서 못 버틸 것 같았다. 조로, 여기 말고.. 장소를 바꿔.. 다시 놀려대는 혀의 섞임과 함께 저의 허리를 감싸오는 손길을 쳐내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사장실로 가려는 그의 행동은 더 극한 상황을 초래했다. 그를 지키려 키워놓은 힘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딜 가십니까? 여기서 해결해야죠. 벌써 반응 오는데. 얇은 와이셔츠 사이로 등허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하다 못해 황홀했다. 그 손길이 못내 좋으면서도 반이나 열린 문을 닫기 위한 쓸데없는 집착에 빠져있었다. 적어도 조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먼저랄 것도 없이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 바지 앞섬을 톡톡 건드렸다.

 

이렇게 나오시면 빨리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흐응.. , 그만..”

아니야? 상디.”

 

거치적대는 정장마이를 벗어던졌다. 상디의 목에 단정하게 채워져있는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쳤다. 단추마저 다 푸르지 않았다. 지금은 이게 더 끌려.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조로의 말에 괜히 얼굴이 더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더워지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급하게 바지를 내려 그 윤곽이 도드라지는 곳을 쳐다보았다. 쳐다보지 말라는 아우성에 못 이겨 시선대신 손길을 택했다. 가득 찬 달빛이 비추는 그는 아름다웠다. 허벅지 사이로 입술을 대었다. 여린 살을 들이마시다 내뱉었다. 붉은 꽃이 희미하게 피어난다. 몇 송이가 더 피어나서야 열기가 피어오른 흔적을 어루만졌다. 아직 다 풀어지지 않은 몸은 기다림이란 자비도 없는 기다란 손가락을 삼켰다.

 

............! 아파..”

 

애처롭게 흘러나오는 신음에도 내벽을 훑는 손가락질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와이셔츠가 땀으로 젖어갔다. 점점 젖어가는 와이셔츠 만큼이나 아래도 점점 젖어간다. 내벽을 넓히는 손가락이 더 늘어났다.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런 상디를 세워두고 그대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맞지도 않는 엇박으로 그를 쳐대며 잔뜩 솟아오른 페니스를 쓰다듬었다. 그의 체취로 물들은 와이셔츠에 코를 묻었다. 극한 고통에 밀려오는 또 다른 고통이 묻혀갈 쯤에야 자신을 쏟아내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후우...”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와중에도 뒤처리는 확실하게 끝냈다. 바쁜 일상 속에 온정을 오랫동안 나누지 못하였던 탓에 다소 성급한 관계로 넘어가버린 것 같았다. 겨우 숨을 고른 상디가 흘러내려간 바지를 마저 채우고 뒤돌아 앉았다.

  

내일 미팅 있는데 이렇게 박아버리면 어쩌냐..”

“.. 안 한지 오래 됐어.”

 

그건 또 맞는 말이라 뭐라 말을 맞받아 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담배가 고팠다. 매일 옆에서 저를 지켜보면서 많이 참았겠지, 참았겠지 하면서도 괜시리 조로가 짓궂었다. 사장한테 몹쓸 짓을 하는 비서한테 벌을 줘야지. 그래서 한 번만 할 거야? 자기 나름의 도발이었다. 서로의 눈이 맞았다.

 

사장실 가자.”

그래, 가아죠.”

이번엔 제대로 해. 아픈건 싫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투덜대는 그의 작은 투정에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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