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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로우루] 경계선 To.멜리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그 무모한 행동 하나하나에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 나가는거 알아 몰라?”

압니다.”

정신 똑바로 챙겨. 실수 하는 순간 몰살이다.”

 

별로 큰 실수는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까지 혼나는 이유는 당연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야 하는 중요한 임무 이였기에 어떠한 말이라도 달게 받을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어언 10여분이 지나고서야 쉴새 없이 움직이던 입이 굳게 닫히고 단호하고도 냉철한 눈빛이 거둬졌다. 그러곤 이내 각자 정해진 자리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개 숙이고 서 있던 십분 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임무는 간단명료하게 끝이 났다. 먼저 도착한 지원군이 이미 일을 어느 정도 해결해준 덕택에 임무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각자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11실이라 짜여진 규칙에도 불구하고 숙소 안으로 들어가는 발자국은 4개였다.

 

로우.”

“......”

트랑아.”

 

아깐 미안해.. 말이 좀 심했어. 숙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내 손을 붙잡아오며 말을 건넸다. 아까까지의 그 냉철한 이미지는 어디가고 순둥순둥한 강아지 한 마리가 손을 꼭 잡아온다. 살짝 고개를 비틀어 얼굴을 들여다보니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어차피 혼날 만한 상황 이였기에 당연한 행동을 한 것이 분명하지만 제 딴엔 아마 나에게 말을 심하게 했을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혔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귀엽냐.

 

루피야.”

?”

어차피 당연한 상황인데. 괜찮아.”

 

우리 애인은 공적과 사적의 경계선이 확실하다. 사실 그 경계선이 너무 확실해서 간혹 가다 당황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중대장이라는 감히 무시할 수 없는 계급에 모든 위험요소와 동료를 떠안고 이끌어나가는 존재이다 보니 자기 자신도 냉철해져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특한 애인이다. 오죽하면 나까지 오소소하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철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이 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 눈빛은 거둬지고 평범한 20대의 사랑스러운 애인으로 탈바꿈을 한다. 뒤돌아 서있던 몸을 돌려 루피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걸리는 마음이 있는지 나를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던 눈동자를 나를 향해 고정시켰다. 마주보고 서 있던 어깨를 잡고 살짝 입만 맞춘 뒤 루피를 다시 바라보았다.

 

중대장님.”

“......”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쓰겠습니까.”

 

! 갑자기 뽀뽀하면 어떡해!! 갑작스레 입을 맞춰오던 내 행동에 당황한건지 가만히 벙쪄 있다가 그제서야 화를 내며 어깨를 때리는데... 아프다. 심각하게 아프다. ,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중대장 이였구나. 이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한데 이 녀석한테 빠질래야 안 빠질 수가 없다. 얼얼한 어깨를 문지르며 실소를 흘리고 있는데 어깨를 문지르고 있는 손등에 손을 자연스레 겹치더니 그대로 입술을 포갠다. 갑자기 갑작스러운 급전개에 이번엔 내가 놀라 아무런 예측도 못하고 입을 살짝 벌린 그 새로 혀가 들어온 순간 정신을 차리고 자연스레 받아냈다. 꽤 오랜 시간의 설킴 끝에 입술을 떼어낸 좁은 공간 사이로 거친 숨이 오고갔다.

 

루피야.”

?”

오늘 다른 임무 없지.”

, 그게 마지막 이였지.”

 

아 잠시만. 내가 그 말을 건넨 의미를 이제야 파악한 루피가 다시 임무가 있다고 정정을 했지만 이런 말에 속아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거든.

 

명령이다. 몸에서 손 떼.”

명령은 무슨 나중에 명령 불행죄로 대대장님께 넘기세요.”

 

제발 살살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대충 흘려듣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 이상의 물러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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