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우 X 2P루피
* 캐해석이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나에게 물어왔다. 갑자기 짜증이 솟구쳐와 발로 녀석의 고환을 축구공 차듯 올리려 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오른손으로 이제 막 올라오려던 나의 왼다리를 잡았다. 이게 어디서 날 고자로 만들려고? 비웃는 것처럼 연상되는 로우의 모습을 바라보다 미처 대뇌를 거치지 않은 말이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모든 걸 다 안다는 그 자만감, 그게 싫어.”
“아, 그래?”
“그리고 나 게이 아니거든.”
제발 꺼져줘. 아니 내가 꺼질게. 이 말을 던지고선 녀석의 가슴팍을 밀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뱉어버렸다. 되물음을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날 가둬놓은 팔 안에서 빠져나왔지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탓인지 생각치도 않았던 본심을 꺼내어버렸다. 올라오는 화를 참고 아직도 통증이 올라오는 허리를 잡고 방을 나가려고 문 손잡이를 잡는데 뒤에서 녀석이 말을 꺼냈다. 내일 임무 파트넌데 삐딱선 타지마라, 루피야. 저게 지금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를. 아, 근데 나도 남자말고 여자 좋아하거든. 누가 물어봤냐? 저 새끼가 괜히 찔리니깐 저러네. 친히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드리고 방을 나왔다. 방에 오래 있었는지 벌써 해가 중천에 떠있다. 음, 배고프네. 짜장면을 먹었는지 짜장 소스가 책상에 묻혀 있는게 보였다. 주방으로 가 냉장고를 보니 배달 홍보지가 장난 아니게 많다. 그럼 냉장고에 반찬 없겠네. 별 기대 없이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예상 밖으로 반찬이 골고루 들어있었다. 게다가 짜장면을 직접 한건지 잘려져 있는 양파와 감자가 담겨있는 반찬통도 보인다. 분명 요리할 것이라 생각되는 인물은 전혀 없어보였는데? 그런 쓸데 없는 의문에 점점 빠져들 때 쯤 담배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왜, 배고프냐? 기다려, 밥 해줄테니깐.”
하필 요리사도 저런 새끼를.. 본심이 우러나오는 표정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금발새끼의 미간의 변화가 미묘하게 비춰지긴 했으나 별 내키지 않는 듯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피했다. 밥 안 먹어. 돌아오는 말은 닥치고 먹으라는 말 이였다.
“이 새끼 또 명령질이냐?”
“명령? 이게 명령으로 들리냐?”
이내 한숨을 내쉬더니 묻지도 않은 통성명을 했다. 새끼라 부르지 말고 상디라 불러. 나도 나름대로 이름이 있다고. 이름도 지랄 맞네. 근데 밥은 안 먹는다. 자존심이 상하는 면도 있을뿐더러 더 중요한건 딱히 배고프지도 않았다. 통증 때문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데 밥이 넘어갈 리가 있나. 무언가를 열심히 저어대는 금발새끼에게 등을 지고 수개의 문을 보고 어딜 들어가야 하나 꽤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따뜻한 연기가 피부에 닿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촉감의 근본지인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다 끓였는지 그릇에 담긴 흰 죽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꽤 커보이던 냄비가 하나 올려져 있던데 미리 죽을 끓여놨던건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도무지 알 수 없는 혼란에 휩싸여 갈 때 쯤 들어가려 정해놓았던 문에서 검은 코트의 남자가 나왔다. 또 쫓겨날 뻔 했네.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네. 죽 먹고 치료 받아. 루피.”
“...의사가 누군데?”
“로우야. 지금은 저래도 의대 나온 놈이니깐.”
죽도 먹기 싫은데 치료 받기는 더더욱 싫다. 정성들여 죽을 끓여준건 좋지만 미안, 먹을 마음이 없다. 무시하고 검은 코트가 나온 옆 문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입 안에 들어온 뜨거운 숟가락 때문에 혀에 감각이 없어졌다. 금발새끼가 내 입안에 숟가락을 쑤셔넣고 있었다. 그러게 제때 먹지 왜 안 먹냐? 결국엔 본의 아니게 자리에 앉아 눈물이 고인 상태에서 죽을 꾸역꾸역 삼켰다.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 내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 없구나. 여기서 나가면 다시 쳐 맞을테고 피한다고 한들 사보를 두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내일 임무라는 것도 내가 하려던 임무와 같은 것 같아 우선은 여기에 머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안 그래도 하얀 머리가 더 하얗게 바래질 것 같다. 복잡한 마음에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빈 그릇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지속적으로 아려오는 통증에 무의식적으로 옆구리를 감싸고 있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라도 했는지 금발새끼가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치료 받고 빨리 낫기나 해라. 그 상태로 내일 움직이기도 힘들어. 그럼 왜 발로 까셨습니까. 다신 저 방으로 들어가기 싫은 생각에 이마를 짚고선 가만히 앉아있었다. 저 놈은 게이가 분명해.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일에 무릎에 고개를 묻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 로시난테, 쟤 아까 무슨 일 있었냐?“
“몰라.”
“지금 치료받기 부끄럽다던..”
“씨발!! 부끄럽기는 뭐가!!”
미친 놈 보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놈들을 보았다. 갑자기 저 새낀 왜 과민반응이야? 니 진자 부끄럽냐? 그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로우가 있는 방문 손잡이를 당겼다. 갑자기 제 방에 들어온 불청객을 미처 쳐다보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 막무가내로 치료를 해 달라 말부터 꺼냈다.
“저 새끼 창피한거 맞네.”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는 것 같은데?”
“다 들려, 금발새끼들아!!”
로우가 피식 웃음을 흘긴 뒤 문을 닫았다. 뭐야, 문은 왜 닫는거야?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지금 기분이 존나 더럽다는 걸 신나게 어필하고 있겠지. 기다리라는 말을 한 뒤 수납장에서 무언갈 꺼내는 놈을 보다 그제서야 의학 서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의대 나왔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가보다. 바로 옆에 전시되어 있는 메스들이 보였다. 유난히 심장 모형이 올려져 있는걸 보니 흉부외과쪽인가. 어느새 붕대를 들고 다가오는 녀석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가 담긴손을 올렸다. 왜 그러냐는 눈으로 날 쳐다보는데 정말 이유를 몰라서 그렇게 쳐다보는건가?
“네가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뭐?”
그제서야 의미를 파악했던 건지 세상이 떠나가라 웃어댄다. 도대체 내가 방금 말한 문장 중에 어디에 개그코드가 숨겨져 있던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박장대소를 해대는 녀석을 심기 불편하게 쳐다보았다. 눈을 찌푸리고 로우를 계속 쳐다보는데 그렇게 한참을 웃어대던 놈이 언제 웃었냐는 듯 웃음기를 거두곤 나에게 걸어왔다. 갑자기 달라진 눈빛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적잖이 당황했다.
“의사는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아.”
“...”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루피야.”
“...”
“누구에게건 그 이상의 감정도, 그 이하도 없다.”
그런데 넌 아닌가 보군. 말을 끝맺은 녀석의 턱을 한 손으로 꽉 쥐었다. 다소 센 악력으로 저의 턱을 잡아오는 나의 손 때문인지 미간이 좁혀지는 것이 보였다. 가뜩이나 키 차이가 많이 나는데 내가 앉아있기 까지해 놈의 허리가 심하게 굽어졌다. 무어라 말 하려는 그 입을 다신 열지 못하게 볼을 한 손으로 꽉 쥐었다. 오해? 누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거냐. 오히려 오해는 네 녀석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제 딴엔 본의 아니게 입을 열지 못하게 된 놈은 약간 실소를 터뜨리더니 곧 허벅지를 올려왔다. 이미 당해본 바가 있기에 무릎으로 올라오려던 허벅지를 꽉 눌러 그 놀림을 제지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내려 무방비 상태의 옆구리를 지그시 누르는 게 아닌가. 약간의 손길만 가도 끊어질 듯이 아픈 옆구리를 살살 문질러오니 얼굴을 잡던 손의 힘이 점점 풀려갔다. 본의 아닌 신음소리를 흘리며 아무것도 잡지 않은 왼손으로 옆구리를 감쌌다.
“흐으..”
“이렇게 해도 죽을 것 같이 아픈데. 이렇게 해서 이득 볼게 뭐 있다고?”
“하아... 씨바알.. 그만해..”
결국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통에 젖어있는 숨통을 틀 수 밖에 없었다. 침대에 걸쳐 앉아 있는 놈의 허벅지를 잡고 위로 치켜 올려보았다. 이미 커다란 손은 옆구리에서 떠나간 지 오래였다.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통증에 힘겹게 숨을 내뱉고 있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그 무미건조한 금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이상을 탐문해 보아도 더 이상 얻을 것도 없는 그 눈동자를 경멸의 의미를 담아서. 하지만 그 뜻을 미처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한 채 놈이 옆에 높인 붕대를 다시 손에 쥐었다. 내가 후에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대충 짐작을 했는지 충고를 해주는데 날 순한 양으로 만들기엔 충분한 말 이였다.
“붕대 안 감는다고 지랄하면 그 허리를 분질러서 고통을 없애주지.”
자존심이고 뭐고 바닥까지 실추해버린 이미지를 저 녀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염없이 생각을 해봐도 음.. 아무리 제 3자의 입장으로 봐도 내가 참 안쓰럽다. 겨우 알아내 들어간 독방은 혼자 지내기에 너무 큰 공간 이였다. 둘이 지내도 넓은 공간인데 굳이 독방을 써야될 이유가 있을까. 그래도 방이 큰 덕택에 옷들을 보관하기에는 충분했다. 굳이 드레스룸이 없어도 그 많은 옷가지들이 다 수용되는 방 크기에 혀를 내둘렀다. 굳이 혼자선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방 크기에 내심 감탄을 하면서도 낮에 로우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다신 생각하기 싫은 일이지만 얼핏 파트너라는 말을 들었기에 벌써 흐릿해져가는 기억을 다시 더듬어갔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가도 대뇌 깊숙이 잠식해 버린 탓인지 쳐맞은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아까 쳐맞은걸 생각하니 갑자기 옆구리가 시려온다. 붕대가 감긴 허리를 감싸고 천장만 바라보는데 달칵- 하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검은털코트였다. 여긴 남의 일에 간섭이 참 많네. 들어와서는 의자에 앉으라 손짓을 보낸다. 낮게 욕을 읊조리며 몸을 뉘였던 침대에서 일어나 맞은편에 앉았다. 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책상위에 놓는거 보니 아마 내일 있을 것이란 임무에 관한 내용 같아 종이를 들어 내용을 찬찬히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내일 임무 내용이야. 로우가 파트너니깐 그 점은 알아두고.”
아까 파트너라 들었던 말이 헛것을 들은 건 아닌 듯 했다. 파트넌가 뭔가 했던 말이 이 얘기였나. 도대체 임무에 파트너는 왜 필요한거야. 단독행동이 익숙했던 나는 생전 처음 접해보는 단체 활동은 썩 좋지 못한 소식 이였다.
“이름도 빨리 외워 두는게 편할거야. 내 이름은 로시난테, 코드명은 코라손이다.”
“코드명?”
“밖에서 날 부를 때는 코라손이라 불러야 돼. 절대 잊지마.”
그러곤 한 명씩 이름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아 금발새끼 이름이 상디였군. 아까도 분명 들었는데 금새 잊어버렸어. 이 새끼 이름은 꼭 외워서 요긴하게 써야겠네. 상한메인디쉬 라던가. 이건 너무 약하나? 그렇게 망상에 점점 빠져들고 있을 때 어느새 로시난테가 마지막으로 말을 덧붙였다.
“내일은 신중 해야돼. 단독행동하면 니만 죽는게 아니라 다 몰살이야. 알겠어?”
“어? ...응.”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평소에, 아니 특히 일을 할 때 감정기복이 심한건 나도 잘 알고 있다. 어렵사리 대답을 쥐어짜냈지만 당장 1초 앞의 일도 모르는게 사람 일이다. 의지완 상관없이 행동이 먼저 튀어나갈 것 같은데. 그렇게 로시난테가 나가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추구하는 목적이 같으니깐 같이 나아가는 것 뿐이다. 모든 일이 끝나면.. 나를 위해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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