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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속박

[로우루] 속박 2

* 로우 X 2P루피

캐해석이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네들이 뭐라고 차에 올라타겠냐는 말을 미처 꺼내지도 전에 안에 앉아 있는 사보를 보았다. 뭘 꾸물거려, 빨리 타!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끌리 듯 차 안으로 발을 들였다. 몸이 차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순간 차 문은 세게 닫히고 심란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보 곁으로 갔다. 왜 이런 곳에 있냐고 말을 꺼내봐도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대할 뿐 이였다. 앞 조수석 검은털 코트의 남자에게 따지려 들었지만 금발의 다른 남성이 다소 격된 언성으로 물어왔다.

 

너 어제 무슨 생각으로 간거냐.”

무슨 개소리..”

무슨 생각으로 슈가를 건드린거야!!”

 

지금 저 남자가 어떤 목적으로 나에게 물어오는지 대강 감을 잡았다. 하지만 어제 상황을 되짚어봐도 어떠한 단서도 잡을 수 없는데 도대체 나한테 이렇게 물어보는 정확한 의도가 뭐야. 내가 아무리 성격 파탄이라 스스로 단정을 지어도 다짜고짜 초면에 대고 언성을 높이진 않는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야, 깡패들아.

난데없는 얼룩모자 등장에.”

“......”

창문으로 뛰어내렸더니 부르지도 않은 콜택시가 와있네.”

“......”

그리고 사보는 왜 있는거야.”

너 드래곤과 협력하고 있지.”

 

예상과 빗나간 대답이 돌아왔다. 드래곤씨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냐. 분명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전적으로 협력하겠다 동의한 건 분명 사보와 나뿐이라고 알고 있는데 머릿속에 혼란이 찾아온다. 이 사실을 위해서라도 지금 저 녀석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알고 있는지 알아야했다. 그러한 눈빛을 읽히기라도 했는지 금발머리가 언제 담배를 물었는지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자세한건 본부실 가서 말한다.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

누가 본부실에 들어가준대?”

 

비웃는 어조로 금발머리에게 대답을 했지만 할 말이 있다고 사보가 주장해왔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겉으론 표출이 되진 않았겠지만 꽤나 당황한 나는 사보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무겁게 흘러가는 기류 속에 그 본부실에 도착한 듯 차가 멈추었다. 하나 둘 씩 차에서 내리는 무리를 따라내려 위로 올려다보았다.

 

저긴 방송기지국이잖아.”

닥치고 따라와 새꺄.”

 

저게 아까부터 나한테만 지랄이네. 분위기상 내가 화낼 만한 입장도 아닌 것 같아 입 닥치고 가만히 있는다만 평소 같으면 쏴죽이고 남았을 새끼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12F 샤본디 본부실이라는 팻말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방송국이 건물을 임대해주는 곳이 되어버렸는지 생각 하다가 아마 같이 협력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납득을 했다. 12층에 도착하니 로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흡사 어느 황실을 떠오르게 하는 길게 나있는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의 양 옆에는 곳곳마다 고풍스러운 문들이 있었고 그 복도의 끝에 제법 큰 문이 하나 있었다. 아마 저 곳이 본부실 이겠군.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끝 방은 본부실답게 제법 꾸며젼 있었다. 할 얘기가 있다고 하니 뭐라 할 것 없이 질감이 좋아 보여 꽤나 비싸 보이는 소파에 앉았다. 그다지 수다 떨면서 있을 화제는 아닐 것 같아 지랄에 지랄을 더했던 금발의 담배 녀석을 쳐다보기만 했다.

 

돈키호테 귀족은 그리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니란다, 애기야.”

아까부터 지랄..”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고 미친놈아!”

 

다짜고짜 다가가 시끄럽게 나불대서 쉴새없이 움직이는 목부터 잡았다.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지랄이야. 적당히 해 미친놈아. 그 짧은 공간 사이에 오고가는 열기는 뜨거웠고 더 달아오르려던 뜨거운 열기는 나를 향해 입을 튼 로우에 의해 간신히 낮아졌다.

 

간과했던 사실을 알려줄까, 루피야.”

“.......”

네가 이때까지 죽인 건 일반 귀족이고, 간부가 아니였지. 어제 슈가를 건드린 건 네가 난 죽고 싶어 환장한 미친놈입니다 라고 전 세계에 알리는 것 밖에 더 됐겠나.”

 

로우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진동이 울렸다. 검은 코트가 수신인을 확인하곤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 가는게 보였다. 짙은 안색으로 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는게 느껴졌다. 전달의사는 확고하지만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톤이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듯 싶어보였다. 내용에서 간간히 들리는 내 이야기에 내용을 유심히 들어봐도 별 소득은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잡고 있던 목을 뿌리치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사보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왔더니 서론은 없고 결론만 내세우는 토론만 하고 있잖아.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옆구리에 강한 일격이 가해졌다. 급소 근처를 노리고 찬 의도가 느껴졌다. 옆 소파 쪽으로 굴러 내팽겨 쳐져 보호본능으로 옆구리를 감쌌다. 심히 말할 수 없는 고통에 헤어 나오지 못해 가쁜 숨만 내뱉었다. 고개만 겨우 들어 확인한 당사자는 금발 새끼였다.

 

어딜 도망가, 병신아. 사람 말은 다 듣고 움직여.”

 

씨발. 가쁜 숨 사이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욕은 잘도 뱉었다. 금발새끼를 노려보며 저 망할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지켜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지. 우린 협력자다. 그리고 애초부터 먼저 채용된 사람들은 우리다. 네놈이 일을 시작한건 십자가 처형 때 아닌가?”

“......”

 

지금부터 잘 생각해. 우리도 돈키호테 일족 몰살이 목적이라고. 우리는 네처럼 막무가내로 사람 죽이는 병신은 아니라는걸 알아둬라.”

씨발, 네놈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질이야, 개새끼야!”

 

얼굴에 다시 발길질이 가해졌다. 옆구리도 아파 죽겠는데 얼굴까지 심한 고통이 올라온다. 무작정 가해진 발길질에 방어할 틈도 없이 그대로 맞아버렸으니깐. 맨얼굴에 발로 차인 기분이 이러한 기분이라는 걸 아주 잘 깨달았어, 눈썹 말린 새끼. 다시 쳐 맞아서 굴러 떨어지던 말던 다시 한 소리를 하려고 했으나 이번엔 사보가 입을 열었다. 설명을 처음부터 해야겠다. 루피가 너희 생각보다 많은걸 몰라사보의 말에 금발새끼가 날 보던 시선을 거두어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꽤나 극심한 고통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엎드린 채로 사보를 바라보았다. 평소 살갑던 사보의 눈빛이 아닌 냉철하고 단호한 눈빛이 담긴 사보의 눈동자에 낯선 이질감이 느껴졌다.

 

네가 여기 오기 전부터 이런 체계는 이미 있어왔고 나 역시도 여기에 몸을 담구고 있었어. 돈키호테 일족 몰살을 목적으로. 우리랑은 다르게 이 세계의 수많은 혈통 중 1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워텔 가문 몰살 사건처럼 엄청난 무력을 가지고 있지. 워텔 후의 몰살 목표는 D의 일족. 이미 우리는 예상했던 루트라 미리 체계를 만들어 왔던거고..”

근데 지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돈키호테 가문을 건든 순간부터 상관이 있어, 루피. 넌 어제 한 지역의 간부를 죽였고 오늘은 로우 아니였으면 들켰어. 왼쪽 창문은 네 생각관 다르게 도플라밍고 방이거든.”

?”

우리가 구해왔던 약도를 우연히 구한 이유가 뭘까? 그게 바로 미끼라는 거야.”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어제 새벽까지 사보와 논의하고 루트까지 그려놓았던 그 지도가 바로 먹으라고 뿌려놓았던 미끼란다. 그동안 죽여 왔던 귀족들은 다 남자를 고파하는 멍청이들이였다. 꼬리만 치면 그대로 물고 쫄쫄 쫓아오고 미소를 지어주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해 무엇이든 조공 해주려하는 환장한 년들 이였고 키스를 하면 섹스로 넘어가려는 욕구에 아주 충실한 미친년들 이였다. 원하는 데로 다 해드리고 먼 나라로 보내드린 분들은 경계심은 무슨 날 의심하는 눈초리 하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촘촘한 거미줄 처럼 짜여진 체계를 가진 일족이라고? 무엇인가 꼬여가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질문에 계속 이어진 사보의 말은 나를 심히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그럼 왼쪽창문이 도플라밍고의 방이면 창문을 열고 봤으면 끝났잖아.”

빨리 죽이면 재미없잖아.”

“......”

십자가 화형부터 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났어, 그것도 자기 일족의 귀족들이. 그 때부터 알아차렸겠지.”

 

나를 빨리 죽으면 재미 없을 것이라 말하는 사보의 표정은 담담해보였다. 이런 말이 대수롭지 않다는 건지 옆에 앉아있는 녹색머리는 이미 졸고 있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아닌 내가 엎어져있던 바로 옆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앉아 멍하니 앞에 걸려져 있는 액자를 쳐다보았다. 시간이 꽤 지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길이 닿은 곳엔 로우가 있었다. 그러곤 다가와 내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나의 눈을 쳐다보았다.

 

정말 변화를 찾아 볼 수가 없네.”

뭐가..”

놀란건지, 당황한건지, 즐거운건지.”

 

그의 듣자마자 의미를 알아챘다. 아마 이 녀석이 뜻하는 바는 아마 표정일 것이다. 그 날 이후로 표정을 잃어버렸으니깐. 기쁘건 슬프건 항상 생각만이 감정을 인식하고 표정은 감정을 인식하지 못했다. 단지 분노라는 감정만을 표현 할 수 있다. 그래서 거울 앞을 가질 않는다. 항상 내 미간이 깊게 파여져있는 모습만 비춰주거든. 지금 나를 쳐다보는 놈의 눈에도 이런 표정으로 비춰질 것이다. 사실 지금 많이 당황스럽고 슬프기 까지 해. 이런 놈들의 손에 형이 가버린 것이. 에이스.. 다시 이름을 읊조렸다. 이렇게나마 이름을 불러야 마음이 편하거든. 제발 이 현실을 부정해 줘. 그동안 무모하게 행동했던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귀족에게 손을 댔던 첫 날 사보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고선 처음으로 화를 표출했던 그 모습이 이어서 지나가고 마지못해 동참을 하겠다는 그 말마저 들려온다. 이 모든 건 에이스의 복수 때문이야. 이 이상의 의미도, 이 이하도 없어. 우린 그냥 에이스를 죽인 그 놈, 그 놈만 죽이면 돼. 분홍색 털 코트를 입고 빨간 선글라스를 낀 그 남자 말이야. 그는 에이스의 발에 불을 붙이기 전에 이렇게 외쳤어. D의 일족은 돈키호테의 정의 아래 몰살이 될 것이라고.

 

왜 사보가 날 말리지 않은걸까.”

 

나도 모르게 생각을 입 밖으로 표출해버렸다. 혼잣말 비슷하게 중얼거리는 어조였지만 이 녀석의 귀에는 들어갔을 것이란 생각에 알 수 없는 창피함이 물밀 듯 쏟아져 올랐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녀석은 나의 말을 들었는지 녀석은 짧은 목 울림소리와 함께 말을 꺼냈다.

 

더 안전하니깐.”

“...?”

 

무슨 개소리냐? 이번엔 이 녀석에게 내 의견을 전달해주고 싶어서 다시 되물었다. 그런 나를 보곤 웃더니 한 쪽 입꼬리만 올라간 채로 친절하시게도 다시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이런 위험한 데 혼자 나대는 것 보단 같이 일을 해야 더 안전하지. 묘하게 기분이 언짢은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아까부터 나에 대해 모든 걸 다 안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거지? 이 녀석 앞에만 서면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생각이 다 꿰뜷어 지는 것만 같았다. 불과 방금 전 까지도.

 

그냥 혼자 있게 나가.”

여기 내 방인데.”

 

아... 씨발. 존나 쪽팔린다. 바로 일어나서 문 밖으로 나가려는데 앞에 쭈그려 앉아있던 놈이 갑자기 일어나 침대 위로 나를 밀쳐 눕히고선 팔 사이에 가둬 그대로 속박을 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짜증이 났다. 본의 아니게 아까와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네. 또 녀석의 숨결이 나의 얼굴에 닿는다. 피부 하나하나의 솜털이 움직이는 간질간질한 느낌이 싫다. 가까이 다가온 면상을 옆으로 치우려 손을 올리는데 로우의 한 마디에 그를 향해 뻗은 손은 그의 뺨과 맞닿아 있는채로 허공에 멈춰버렸다.  


너 지금 쪽팔려 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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