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우 X 2P루피
* 캐해석이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십자가에 묶여 불에 휩싸이고 있는 그를 보며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제발 저 타오르는 불구덩이에서 내려달라고, 활활 타오르고 있는 저 불 좀 어떻게 꺼보라고.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애처롭게도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마치 다 잿더미가 되어버리려는 듯이 강력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모든 것이 타버리고 남은 곳엔 껍데기와 가루만이 남아있었다. 세세한 입자들 사이 뭉텅하게 남아있는 덩어리들을 손으로 매만지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목이 쉬어라 울부짖었다.
“루피!!”
“허억.. 허억..”
방금까지 있었던 형상들은 어느새 없어지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마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손을 대어보니 아마 사보가 올린 것 같은 물수건이 얹어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악몽을 꿨냐며 괜찮냐 물어보는 사보의 말에 대답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뻔히 저를 쳐다보는 내가 이상했던지 계속 괜찮냐고 되물어보았을 때 괜찮다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던 모양이다. 다시 잠을 들 수 없을 것 같아 불을 켰다. 어렸을 적부터 새벽에 일어나면 무서워 불을 켰던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물론 지금은 무섭거나 하진 않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해야 할까. 단순한 기분 탓이 분명하지만 미칠 듯이 피를 쥐어짜내는 심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또 그 꿈이야?”
“요즘들어 3번째야.”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그 날의 기억은 꿈속까지 쫓아와 나를 계속 괴롭혔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눈에 보이는 십자가는 다 눈 앞에서 없애버리기 시작했다. 가장 싫어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교회를 택 할거다. 널리고 널린게 십자간데 사람 정신적으로 더 파탄날 일 있나.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네. 오소소하게 올라오는 닭살을 문지르고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보았더니 임무 시간 2시간 전이였다. 어차피 1시간 후면 일어나있어야 해서 미리 준비나 해 놓을까 사보에게 물어보았다. 평소에도 내 의견을 전적으로 동의해 주는 사보라 별다른 반대 없이 긍정의 대답을 듣고 드레스룸으로 갔다. 워낙에 다양한 임무를 해야 하는 지라 여러 종류의 의류가 있어 집은 좁은데 드레스룸이 따로 있다. 이사를 가던가 해야지 내 방은 없는데 드레스룸이 있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옷장을 열었다. 이번은 콘테스트 홀 이였던가. 드래곤이 입으라고 지시하던 하얀 정장을 꺼냈다. 백발인데 하얀 정장을 입으라는 지시를 듣고선 못마땅해 했었다. 패션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힐 일 있냐며 엄청나게 따져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닥치고 입어라‘ 라는 말 이였다. 눈대중으로 볼 때에는 몰랐는데 입어보니 생각보단 괜찮다.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침실로 들어가니 어느새 곤히 자고 있는 사보가 보였다. 분명히 새벽에 끙끙댔을 내 모습에 잠을 제대로 못 청했을 건데 피곤한게 당연할 것이다. 오늘은 조금만 더 자게 놔둘까. 이불을 목 선까지 덮어주고 눈 주변 그을린 흉터자국을 보았다. 사보 역시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리라. 그에 대한 대가로 감정을 잃고 감정을 얻었다.
비싼 향수 내음이 실내를 뒤덮었다. 여기저기 부를 과시하는 또각이는 구두굽 사이를 지나 지정석에 앉았다. 이것저것 조사하고 오느라 늦게 온 감이 있기야 하지만 주최자가 시간 약속을 안 지키시는 쓰레기 같은 분이라 상관은 없었다. 테이블에 내 준 음식을 보며 투철한 직업 정신을 내세워 비판을 하고 있는 상디와 그 직업병을 철저히 받아쳐주시는 조로를 바라보다 뒤로 지나치는 한 백발의 남성을 발견했다. 그 동선을 쭉 따라가 멈춘 곳은 패밀리의 간부였다. 꽤나 동 떨어진 곳에 있어 무어라 말하는 것이 잘 들리진 않았지만 목적은 확실해보였다.
“조미료만 떡칠했네. 이게 음식이냐? 어떻게 생각하냐 로우?”
“상디, 목표는 간부 모네다.”
“앙? 그 놈 왔어?”
상디와 조로의 눈이 내 시선을 따라 그 녀석에게로 향했다. 저 녀석 포커페이스가 대단하네. 상디가 무의식중에 흘려 뱉은 말이지만 지켜보니 표정 관리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아 보였다. 저 입꼬리 경련은 안 일어나려나 유심하게 지켜보았지만 끝까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대화를 마친 모습이다. 음, 저딴 식으로 다가갔단 말이지. 근데 저렇게 티 나게 행동해도 되나? 지금 엄청 벼르고 있잖아. 아직까지 리스트에 안 올라간 것이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다. 생각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콘테스트가 시작됐다. 하위그룹까지 모인 콘테스트라 경비 역시 삼엄했다. 경비원들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세뇨르의 지시인지 경비원들 한 명마다 선글라스에 무스를 떡칠한 모습이 영 아니꼬웠다. 로마에 오면 로마 법을 따라야지 뭘 별수 있겠나. 무대를 구경하고 있자니 간부실에 모네와 같이 들어가는 녀석이 보인다. 성격이 꽤나 성급하시네. 시작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행동을 개시하는 그 녀석을 상디와 조로도 보았는지 간부실에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들이 막아섰다. 그러게 내가 미리 발급해놓으라고 했잖아. 저 둘관 달리 미리 발급해놓은 패밀리 신분증을 제시하고 간부실로 뛰어 들어갔다.
“...”
“...”
“뭐야.”
이미 목 뼈가 부러져 새하얗게 질린 모네를 깔고 앉아있는 그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바깥과 다르게 사뭇 묵직한 공기에 나도 모르게 숨이 목턱까지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문이 닫히고 서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때가 처음이다. 같은 사회에서 허덕이는 그 와의 대면이.
눈은 마주쳤지만 손에 주고 있는 악력은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숨통이 조여진 여자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을 때 까지 그는 나를 말리지도, 저지하지도 않았다. 방금 전 까지의 행동을 아예 저지하기라도 했으면 이 후에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지 감흥이라도 잡히는데 감흥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꼽고선 나를 쳐다보는 그 시선에 몸이 쉽사리 움직이질 않았다. 그 역시 본능적으로 경계를 보이는 눈동자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좀처럼 식어들지 않는 팽팽한 기류에 먼저 백기를 든 쪽은 나였다. 미안하지만 당신 눈동자가 금색인지 은색인지 알아맞힐 여유는 없어서 말이야. 아직까지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그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피곤하게 범인으로 몰리기 싫으면 왼쪽 창문으로 빠져나..”
“사진으론 참 많이 봐왔는데 말이야.”
“......”
“낯이 익네.”
우리 실제로 본 적이 있던가? 장신의 남자가 여유 넘치는 낮은 목소리로 귀에 속삭여왔다. 무슨 개소리냐고 입을 열기도 전에 말할 기회도 주지 않으려는 듯 한 마디를 덧 붙였다. 시체 처리하려고 한 거 아니야? 내가 가져온 봉투가 더 좋을텐데?
“너 누구야.”
“트라팔가 로우.”
“미들 네임.”
“D. 워텔”
“워텔가문은 약 20년 전에 모두 몰살된 가문이다. 지랄하지마.”
떠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사람 바쁜데 들어오고 지랄이냐. 옆에 미리 비책해 두었던 봉투를 꺼내고 있었을 때 로우란 그 남자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시체는 내가 처리한다. 넌 나가. 단호한 명령 어조를 내뱉는 그를 쳐다보았다. 네가 누군데 나한테 명령질이야. 봉투를 신경질적으로 내팽겨 치고 옷깃을 손아귀에 쥐려던 순간이였다.
“형이 사보지?”
“뭐?”
“우리가 네 형을..”
씨발새끼야!! 사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핀트가 끊겨버렸다. 옷깃을 쥐고 있던 악력이 나도 모르게 살의가 담길 정도의 힘으로 올라갔다. 저보다 낮은 키의 내가 멱살을 잡아오니 절로 무릎이 굽어진 그의 종아리를 발로 차려는 순간 반대쪽의 다리를 걸어온다. 뒤로 나자빠지던 순간에도 옷깃을 쥐고 있던 손의 악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덕에 같이 넘어진 그와 나의 거리는 서로의 코가 맞닿일 정도로 좁혀졌다. 내뱉는 숨마저 서로에게 맞닿았고 나에게 보이는 무미건조한 눈빛은 나를 더 흥분상태에 이르기 까지 했다. 손으로 가슴팍을 밀어내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 더러운 면상에 대고 입을 열었다.
“형한테 무슨 일 생기면...”
“...”
“너 죽고 나 죽는거야.”
모네씨, 연설 시간 다 됐습니다! 언제 나오십니까!! 밖에서 경비원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차, 모네 연설이 앞부분으로 미뤄졌다고 했는데, 쓸데 없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다급하게 일어나 바로 창문으로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뒷목이 잡히고 식탁보가 길게 내려져 있는 테이블 밑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의 손에 입이 틀어막아 진 채로 굴러들어갔다. 이 테이블 밑으로 굴러들어가게 한 장본인이 로우란걸 알자 입을 틀어막은 손을 떼내려고 격한 몸부림을 쳐댔다.
“으으응!! 읍!”
“제발 좀 닥쳐!”
“모네씨!!”
이런, 경비원들이 마스터키는 어떻게 구한거지? 일이 제대로 꼬였다. 더 이상 좁혀 지지도 않을 미간으로 로우를 노려보았다. 저 경호원들이 나가면 무조건 오른쪽 창문으로 뛰어라.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일은 책임 못 져. 못미덥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해왔던 모든 일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등 뒤로 닿인 놈의 가슴팍에 기대어 경비원이 무전기나 다른 무엇들을 가지러 가기 전까지 숨 죽이고 앉아있었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진 순간 뭐라 할 것 없이 오른쪽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앞장선 로우의 뒤를 따랐다. 그러곤 미리 짜기라도 했다는 듯이 벤츠 한 대가 서있었다.
“빨리 타! 곧 패밀리들이 닥쳐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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