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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로우루] Midnight


눈 내린 푸르스름한 새벽, 성탄절의 열기에 데여버린 상점가의 정리가 한창중인데 웬 외제차 하나가 우뚝 섰다. 다급하게 차에서 발을 디딘 그는 마침 입간판을 돌려놓으려던 상점의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심신이 지쳐버렸는지 손님을 그리 환영한다는 눈빛은 아니었다. 짧은 눈인사를 바치고 그는 ‘Close’로 돌려지려는 입간판을 지나치고 상점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저기요! 문 닫는거 안보이십니까!”

여기에서 제일 비싼 물건은?”

 

진열된 물건을 열심히 눈으로 훑는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반으로 뒤집혀진 입간판을 들고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상점 주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그쪽 코너로 가시면 바로 보이실 겁니다! 박수를 두어 번 치며 눈사람 인형을 집으려던 그를 억지로 끌고 간 곳은 와인이 진열된 와인 장식장이었다. 확연히 달라진 주인의 행동에 눈가를 찌푸리며 와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새벽에 와인이나 마시며 노닥거릴 시간은 없는데. 노골적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인형이 전시된 코너로 돌아갔다.

 

, 인형을 원하신겁니까? 그럼 저건 어떻습니까?”

 

저게 아까도 불티나게 팔렸던 인형인데~ 안목이 좋으시네! 이 눈사람에 둘러진 목도리도 기존 목도리와는 다른 디자인을 추구한데다가 크기도 여자친구분이 좋아하실만한......

어느새 속사포 랩을 구사하는 상점주인의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다른 인형을 손에 쥐었다. 한 손에 쥐기에는 턱없이 벅찬 큰 북극곰 인형을 폼에 맞지 않게 끌어안은 채 입을 열었다.

 

이건 얼마지?”

고으객니임의 성의를 브서 십으만원에 드리즈.”

화난 것 같은데.”

, 아닙니드. . 카드는 안 된다고 앞에 써놨..”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돈 뭉텅이가 주인의 손에 쥐여졌다. 도저히 올라가지 않은 입꼬리를 억지로 찢어 보이며 꾸역꾸역 돈다발에 돈을 구겨넣었다. 급히 들어왔던 입구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재빨리 입간판을 바꿔놓았다. 씨발, 돈 많은 것들이 더 하지.

한편, 출구로 뛰어나간 돈 많은 사내는 재빨리 차에 몸을 실었다. 트렁크에 억지로 구겨들어간 북극곰의 상태에 걱정하며 악셀을 급히 밟아 도착한 오피스텔은 이미 많은 불이 꺼져있었다. 저의 덩치보다 2배는 큰 북극곰을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경비원의 의아한 눈초리를 애써 피해가며 현관 앞에 도착했다. 시종일관 무표정을 하고 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띄어졌다. 급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집은 얼추 예상과 비슷했다. 식탁 위에 올려진 케이크를 제외하고는. 설마하며 힘겹게 인형을 끌고 방문을 열자 잠이 든 그의 전부가 눈에 비추었다. 조용히 인형을 잠이 든 그의 옆에 두고 덩달아 옆에 누워 나지막이 이름을 불렀다.

 

루피, ?”

우웅.. 로우..”

차갑게 얼어붙은 손을 루피의 양 볼에 가져다댔다. 크게 움찔하며 몸을 이만치 웅크리는가 싶더니 그를 향해 눈이 시리도록 웃어보였다. 그런 루피를 눈에 담아내며 짧은 입맞춤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내년 크리스마스는 같이 있을게.”

아냐, 일부로 늦은 것도 아니잖아. 근데 왠 인형이야?”

혼자 있을 때 안 심심하라고.”

딱 봐도 비싸 보이는데 왜 샀어.”

 

걱정서린 잔소리를 이겨내며 다시 입을 맞대었다. 어떠한 얽힘도 없는 가벼운 입맞춤에도 그저 녹아내렸다. 달디 단 감촉을 겨우 떼어내고 자신의 양 볼에 올려진 두 손에 저의 손을 겹쳐 올렸다. 우리 밖에 나가서 케이크나 먹을까? 그런 루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로우가 양 팔로 그를 끌어올렸다. 이미 져버린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이와 다시 맞이하러 발을 디뎠다





얼마만의 글인교..

저 혼자 늦은 크리스마스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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