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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로우첼] 櫻花

 

 귓가에서 흘러나오는 고요한 음색으로 채워진 분홍빛 거리를 거닐었다. 고개를 숙인 탓에 흘러내린 이어폰을 고쳐 끼우고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를 들었다. 눈이 시리도록 흩날리는 벚꽃잎에 눈을 떼지 못하고 황홀감에 빠져들 때 쯤, 음악은 사라지고 저와 마찬가지로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꽂혀왔다. 귀를 감싸오는 익숙한 감촉에 뒤를 돌았다. 꽤 높은 시선이 닿은 곳에는 부푼 구름을 양 손에 들고 저를 쳐다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시선을 마주하기만 하여도 심장이 조여 오는 사람.

 

첼이야, 길거리에선 이어폰을 끼지 말라고 안했는가?”

후훗, 미안해!”

 

연인의 더 이은 타박이 이어지기 전에 그의 손에 들려진 분홍빛을 띄는 솜사탕을 가져왔다.

 

로우, 같이 먹으려고 사왔지?”

당연하지.”

 

잠시나마 시렸던 옆구리가 채워졌다. 포근하게 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온기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터널이 장관을 이루었다. 분홍빛 속으로 흘러가는 벚꽃 잎을 바라보니 과거의 흔적이 떠올랐다. 여느 때처럼 활짝 펼쳐진 숲 사이로 교복을 입은 풋풋한 여고생의 손을 이끌고 걸어간다. 아직은 수줍은 미소가 상대방의 얼굴을 붉힌다. 눈가가 시립도록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선 나즈막히 속삭인다. 눈가를 찌푸리며 그의 입모양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첼이야?”

, 으응?”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고선 빠져 나오지 못하는 첼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디를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는가? 그의 의문점을 눈치 채기라도 했다는 듯이 로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도 저랬었지. 교복 입고 데이트 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그제서야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쳐다보았다. 손에 나란히 파란 솜사탕을 들고 터널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앳된 커플의 모습이 비춰졌다. 무심히 바라보다 다시 첼을 바라보았다. 추억에 잠긴 듯한 낯빛을 띄고선 아직도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모습에 곧바로 손을 뻗어 볼을 움켜잡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으니 이쪽을 보지 않겠나?”

“......!”

여전히 사랑한다.”

 

그때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고백을 받았다. 로우는 그녀도 모르게 입에 갖다 댄 솜사탕을 베어 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솜사탕을 들지 않은 손으로 어느새 달아오른 볼을 만져보았다. 달콤한 향기가 그들의 콧망울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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