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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조로루]운동장 To.이쿠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이미 다른 나라는 몇 십 년만의 무더위라는 무서운 폭염으로 인해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다. 이 쪄죽을 것 같은 더위에도 의미 없는 달리기만 몇 시간째다. 송골송골 땀이 맺힌 자리위로 또 다른 땀방울이 흘렀다. 예전부터 자기 자신과의 약속에 엄격했던 그인지라 뜀박질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진짜 저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니야? 누가 쟤 좀 말려봐라. 말은 그래도 저 지독한 성격을 함부로 말릴 사람은 없었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달리기는 앞뒤로 움직이는 팔을 붙잡은 손으로 인해 멈춰 섰다. 거친 숨소리가 운동장을 울렸다.

 

루피, 그만해.”

“3바퀴만 더 뛰면 돼. 이거 놔.”

오후 215. 기온은 정확히 37.”

“.......”

진짜 쓰러져야 정신 차리겠냐.”

 

그제서야 다른 무리들이 우루루 달려왔다. 계속되는 만류를 한참이나 들어서야 결국 그늘진 나무 밑에 몸을 뉘였다. 일렁이는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었다. 찡그린 눈 위로 다른 손이 겹쳤다. 제법 큰 손은 루피의 얼굴을 다 가리기에 충분했다. 너 땀 냄새나. 치워 새꺄. 험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입은 웃고 있었다. 사실 거친 숨에 갇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또 2위 했냐?”

몰라 씨..”

 

마지막 대회는 진짜 이겨야 되는데... 다시 짜증이 차올랐다. 지금이라도 다시 일어나서 뛰고 싶었지만 무슨 잔소리가 다시 흘러나올지 모른다.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그나마 다시 뛰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이 소리에 이끌려 일어나기 싫을지도. 든든한 그의 옆이 편한 이유 일지도 모르겠다. 옆을 돌아보니 어김없이 상의는 탈의하고 있었다.

 

근육 바보새끼. 여기 여자 없다.”

덥잖아.”

 

슬쩍 배를 찔러보았다. 탄탄하게 잡힌 복근은 보기와 같이 꽤 단단했다. 진짜 한 대 쳐도 미동도 없을 것 같아. 가슴과 배 사이에 깊게 자리 잡힌 흉터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제서야 시선이 맞닿았다. 가뜩이나 사나운 인상을 다 찌푸리고 루피를 쳐다보았다.

 

뭐 하냐 지금

뭐하기는, 조로 복근 탐험..”

 

둔탁한 마찰음이 울렸다. , 이 새끼 쓸데없이 주먹만 세서는... 툴툴거리며 얼얼한 뒷통수를 어루만졌다. 거친 숨이 점점 멎어갔다. 이제서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한 번 쉬는 김에 쭉 누워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저도 얇은 티셔츠를 내벗어 던졌다. 잔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위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안 꼴려?”

미친놈.”

 

나 간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조로가 바지를 털고 일어났다.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루피도 같이 일어섰다. , 진짜 가냐? 진짜?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그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어느새 다른 무리도 어디 가고 없었다. 덩그러니 운동장 끄트머리에 서있다 다시 조로를 뒤쫓아 갔다.

 

야 새끼야!”

!!”

 

조용한 운동장이 우렁찬 소리로 채워졌다. 운동장의 끝과 끝에서 마주보며 섰다. 그러곤 가만히 몇 십초를 서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손을 들어 까딱까딱 엄지와 검지를 번갈아가며 움직였다. 표정은 잘 안보였지만 저거 무조건 못 알아봐서 가만히 서 있는 거다. 이 제스쳐 보고 반응이 없을 리가 없거든.

 

오늘 술 살게! 8시 도서관 앞으로!”

 

만나는 장소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음식선택이네.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웃었다. 큰 동그라미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긍정의 의미를 끝으로 저녁 약속은 성사되었다. 서로 등을 돌려 다시 갈 길을 갔다.